‘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1984’는 독재 사회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표지

가상의 전체주의 독재국가 ‘오세아니아’를 외부당원 ‘윈스턴 스미스’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향후 올지도 모를 독재 사회의 모습을 예상하여 그린 미래 예언적 소설이며 일종의 SF이기도 하다.1 배경 시기가 시기인지라 옛스런 느낌이 있으면서도 미래적이기도 한 것은 그래서다.

미래 예언적인 소설이라는 점은 현대 사람들에게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이 소설의 시대 배경이 제목처럼 1984년이기 때문이다. 현재인 2023년을 기준으로 무려 40여년이나 전인 셈이다. 그러나, 소설을 처음 출간하던 1949년에 1984년은 꽤 이후의 미래를 설정한 것이었다.

사실 이런 식으로 예상했던 미래가 더디게 오면서 그 시기가 지나버리는 일은 자주있다. 1989년작 TVA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도 그렇고, 1990년작 ‘사이버펑크 2020’도 그렇다.2 이 작품들도 당시로선 꽤 먼 미래라 생각하고 시기를 설정한 것이었으나, 막상 그것을 지난 지금도 당시에 예상했던 미래에는 별로 가까이 가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들은 지금 보아도 딱히 지나간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소설은 자유주의가 대중적으로 널리 퍼지면서 이제는 한물갔다고 할 수 있는 전체주의 독재국가의 상황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왠지 과거의 어느 시점을 모티브로 한 시대소설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건 실제로도 어느정도 맞는 말이다. 작가가 당시에 굉장히 암울하게 보았던 전체주의 독재국가의 향방을 개인적인 경험을 더해서 비판적으로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지금으로서는 과거) 역사의 풍자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점은 보통의 SF들과는 구별되는 이 작품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작가는 이미 비슷한 이야기를 쓰기도 했었다. ‘동물농장‘이 그거다. 좀 다른점이 있다면 동물농장은 우화, 1984는 SF라는 것과 동물농장이 전체주의 독재국가의 형성을 그린 것이라면 1984는 그 국가가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 것인가를 그렸다는 거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비판점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실제로 같은 이야기가 조금 다른 형태로 다시 나오기도 해서 이미 동물농장을 읽어봤다면 꽤 익숙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1984는 말하자면 동물농장의 일종의 SF 버전 시퀄인 셈이다.

이 소설은 어떻게 보면 저자가 계속해서 전하려고 했던, 민주주의의 패배와 전체주의 독재의 도래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경고를 담은 작품의 완성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만큼 전체주의 독재 국가의 행태나 철저히 말살되는 인간성 같은 걸 정말로 상상하고 간접체험 해볼 수 있도록 정말 잘 그려냈다. 그래서 좀 과거 시대상을 담고있는데다 특정 정치색이 강하기도 하지만, 그런것과 상관없이 굉장하다고 느끼게도 한다.

지금 보아도 그럴 정도니, 과연 당시엔 얼마나 크게 다가왔을지 모르겠다.

소설 속 빅 브라더와 그 체제의 행위들은 민주주의 체제가 대중화되면서 이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 같지만, 사실은 형태를 바꿔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 때때로 들리는 도감청 문제라든가 중국의 안면인식, DNA DB 구축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어쩌면 그렇기에 이 소설이 여전히 유의미한 어떤 공포감을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저자는 SF라고 분류하는 걸 싫어했다고 한다. 당시 SF의 대부분이 싸구려 소설이었고, 애초에 SF 자체보다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쓴 것이라서 그런 듯. 

  2. 참고로, ‘사이버펑크 2020’은 게임화되면서 시대감을 반영하기 위해 ‘사이버펑크 2077‘로 년도를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