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 이스턴(BB Easton)’의 ‘스킨(Skin: A 44 Chapters Novel Book 1)’은 ‘4남자에 관한 44장의 일기(44 Chapters about 4 Men)‘의 첫번째 스핀오프 소설이다.

표지

일종의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원작은 소설이라고 하기 좀 그랬다. 소설이라면 의당 갖추고 있어야 할 몇가지가 좀 부족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서사가 그 하나로, 워낙에 애정신을 중심으로 일부 장면들만을 마치 몽타주처럼 붙여서 보여주다보니 생긴 문제다. 이는 로맨스라는 것도 좀 애매해 보이게 한다는 부작용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각 남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스핀오프 소설 시리즈는 마땅하고 당연히 나왔어야 할 것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여기에 이르러서야 이야기는 온전한 서사를 갖춘 소설이 되었고, 그것이 이 시리즈를 비로소 제대로 된 로맨스로 느끼게 한다.

그래서 조금은 이 소설 시리즈가 스핀오프인 게 아니라, 원작이 소설 시리즈의 예고편 같은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소설이 그만큼 잘 쓰였다는 말이다.

원작에서의 남자들은 다소 판타지 섞인 소설 속 소설의 캐릭터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넷은 뚜렷하게 달랐으며 거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도 강했다. 소설이 되면서 장면에만 존재하던 남자에게도 일상에서의 모습이 생겼고, 그것은 자연히 뚜렷했던 매력을 조금은 흐리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미미하다고 치부해도 될 정도로 기존 캐릭터의 매력은 여전히 잘 살아있다.

원작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다시말해, 야하고 잘 읽히며 가볍고 재미있다. 소설이 되면서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늘어났다보니 원작만큼 톡톡 튀지는 않으나 그래도 저자의 문장이 갖고있던 맛은 여전히 느껴지는 편이다.

원작에서 언급했던 사실이나 사건들도 나름 성실히 재현했다. 다만, 보다보면 조금씩 다른 부분들도 눈에 띄는데, 큰 흐름은 같기 때문에 사소하다고 생각할수도 있겠다만 이건 의외로 캐릭터성을 크게 바꾸어 놓는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사실 원작은 현재의 남자가 따로 있는데다 심지어 다른 남자로 교체할 필요가 있기도 해서 다소 허풍이 섞인 듯 과장되게 묘사했고 그게 그를 좀 또라이같이 보이게 했던 게 사실이다. 그를 떠나는 게 전혀 아쉽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 미친놈을 그대로 한편의 소설, 그것도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삼는 것은 저자도 역시 무리라고 생각했던가 보다.

그래서 큰 흐름은 유지한채 서사를 채우면서 새로운 것을 끼워넣고 사소한(그렇다고 치부할 수 있는) 것들을 바꾸기도 했는데, 그게 나이트를 훨씬 인간적이며 덜 극단적인 인물로 만들어준다. 어찌보면 비슷하지만 사실은 다른 인물인 것처럼 보이기도 할 정도다. 그러나 그 덕에 단지 원작의 캐릭터가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 보이며, 무엇보다 훨씬 로맨스에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되었다.

스핀오프라는 면에서는 이런 변경이 좀 아쉽게 느껴질 만도 하다. 하지만, 원작을 지키느라 소설을 망쳤다면 오히려 그게 더 용서가 안됐을 것이다. 둘의 이야기는 그것대로 나름 개별적인 완결성이 있다고도 할 수 있으므로, 원작과는 어느정도 별개성을 지닌 이야기로 보면 더 좋을 듯하다. 일종의 리메이크나 리부트처럼 말이다.

초중반 나이트가 좀 더 로맨스적인 캐릭터가 된만큼 후반이 다소 급격하고 잘 안맞아 보이기도 하는데, 그건 이 소설이 나이트와의 로맨스를 그린 것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비의 시점에서 겪은 일만을 그리고 있기에 더 그렇다. 나이트 자신에 대한 서사의 부족은 소설이 되었기에 더 아쉬워진 부분이다.

내용 외적으로는 여전히 오타가 많은게 아쉬웠는데, 문장에서 뿐 아니라 이름을 잘못 쓴 것이나, 심지어 글자마저 벗어나 웃게 만드는 것1도 있었다. 편집에 신경 좀 더 써야겠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예를 들면, 149쪽의 “앉았다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