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잭슨(Holly Jackson)’의 ‘굿 걸, 배드 블러드(Good Girl, Bad Blood)’는 ‘여고생 핍 시리즈(A Good Girl’s Guide to Murder Series)’ 두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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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그 중에서 범죄소설이라고도 하고 탐정소설이라고도 하는 추리소설은 번뜩였던 하나의 단편을 그 기원으로 삼는만큼 태생적으로 다양한 변화가 가능한 장르였다. 핵심이라 할만한 요소가 생각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추리소설이 늘어나면서 장르 자체가 발전할 뿐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변형이 되기도해서 소위 사회파 소설이라고 하는 것처럼 아예 파생 장르를 이룬 것도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틀에 갖힌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은,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형성해주는 그 적은 요소들을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때론 이게 과해져서 시대상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지금이라면 결코 성립하지 않을 것 같은 허술한 이야기를 보이는 것도 있다. 예를들면, DNA 검사를 애초부터 배제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 시리즈는 장르 특성에 이야기를 맞추는 게 아니라 이야기에 장르 특성을 가져온 느낌이라 좀 신선하면서도 긍정적인 편이다.

후속작을 어떻게 진행하느냐도 좀 그래서, 사건 단위로 거의 완벽하게 분리되던 기존의 추리소설들과 달리 이 소설은 전작을 오롯이 이어받고 거기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비밀을 폭로했다고 마치 동화처럼 ‘이제 사건은 깔끔하게 해결되고 모든 갈등은 사라졌습니다!’하는 게 아니라, 사건 후 사람들에게 남겨진 생활과 감정의 찌꺼기들까지를 부정하지않고 그려낸 것이 꽤나 좋았다. 이래서 이 소설 시리즈를 ‘트루 크라임’물이라고 하는가 싶기도 하다.

이것은 이번 소설이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내게된 후속작이 아니라, 처음부터 시리즈로 기획된 것처럼 느끼게도 하며, 자연히 다음권에 대해서도 기대하게 만든다.

소설 외적으로, 영어 원제에서 벗어나 새롭게 지은 한국어 제목을 붙였던 전작과 달리 이번권부터는 원제를 그대로 음차해 붙이기로 결정한 것은 좀 아쉬운데, 개인적으로 음차는 번역이 아니라 싫어하기도 할뿐더러1 시리즈로서의 제목의 통일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2 한국어 출간을 시작했을때는 이미 원작 시리즈가 전부 출간된 상태였는데, 쫌 제대로 번역해 통일해둘 수는 없었나 싶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고유명사나 특정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용어 같은 것만 음차하는 게 맞다고 본다. 

  2. 원제는 Good girl’s, Good girl, Good으로 이어 통일성을 주면서 비판적인 뉘앙스도 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