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A Slight Trick of the Mind)은 셜록 홈즈가 은퇴하고 난 뒤의 삶을 상상하여 쓴 책이다.

얼마 전1 개봉한 영화 미스터 홈즈(Mr. Holmes, 2015)의 원작 소설이기도 한데, 개인적으론 ‘셜록 홈즈’란 이름이 워낙 추리물의 냄새가 짙고(그래서 책과 별로 안어울리고), 원제가 훨씬 잘 어울렸기 때문에 굳이 이런식으로 제목을 바꿔야 했나 좀 불만스럽다.2

미치 컬린 -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

책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셜록 홈즈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그린게 신선하다는 거였다.

이건 다르게 말하면 별로 홈즈같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왜 이야기의 주인공을 굳이 그 홈즈라고 칭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홈즈의 배경을 사용했고, 그런 그의 말년을 생각하고 쓴 것이긴 하나 홈즈가 아니어도 됐을 이야기기 때문이다.

그런점이 때론 오히려 몰입을 해치기도 한다. 일본 기행처럼 작가의 개인적인 성향이 반영된 것 같은것도 ‘굳이 왜?’하는 의문을 남겼다.

책 제목을 보고 추리의 냄새를 맡았다면, 그래서 익히 알던 추리하는 셜록 홈즈를 기대했다면 좀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책이 재미있느냐 어쩌느냐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간단한 감상을 주저렸으니 더 긴 얘기는 말고 원 제목의 유례로 보이는, 그래서 인상이 남았던, 구문을 소개하며 마치고 싶다:

책 일부를 발췌한 것이니 원치 않으면 읽지 마시라!

그는 전에도 똑같은 자리에 앉아 있곤 했다. 양봉장 근처에, 18년 전에 해변에서 가져온 네 개의 돌(조수에 반질반질하게 깎인, 손바닥에 꼭 들어가는 흑회색 돌)을 하나는 앞에, 하나는 뒤에, 하나는 왼쪽, 하나는 오른쪽에 똑같은 간격으로 늘어놓아 눈에 띄지 않는 사각형 표지를 만들어 놓았다. 과거에 그것은 자신의 절망을 억누르고 달래 주었다. 그것은 마음의 사소한 트릭이었고, 일종의 게임이었으나 종종 도움이 되었다. 돌의 영역 내에서 그는 명상할 수 있었고, 가 버린 이들에 대해서 따뜻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사각형 밖으로 나오면 그 공간 속에 가지고 들어갔던 슬픔은 거기 그냥 남았다.

  1. 최초 개봉은 2015-02-08에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였으며, 한국에서는 2016-05-26에 개봉했다고 한다. 

  2. 홈즈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건 아마 그의 이름값을 이용하고자 함인 듯 하다.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