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앤솔로지: 이상한 나라 이야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소재로 한 첫번째 앨리스 앤솔로지다.

표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꽤나 2차 창작하기 좋은 소재다. 아이들을 위한 일종의 동화라는 특성상 상세가 생략된 부분이 많고, 그러면서도 비유적이거나 함축적인 표현들 때문에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것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시적이거나 수학적인, 언어유희적인, 심리적인 요소들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식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그것이 앨리스의 파생 작품들이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게 했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도 꽤나 그렇다.

‘모자 장수와 나’는 모티브만을 가져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기에 일부러 모자 장수의 한국 버전같은 캐릭터 갓귀를 등장시키고, 기묘한 곳에 빨려들어갔다가 빠져나오는 등 앨리스적인 요소들을 일부러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야기도 그렇도 주제도 좀 더 별개의 것에 가깝다. 그래도, 앨리스를 연상케 하는 요소들을 나름 잘 사용했고 역사적인 이야기와 주제도 나쁘지 않다.

‘앨리스 인 원더랜드’는 최신 인기 트렌드라 할 수 있는 페미니즘을 담은 것이다. ‘하트 여왕’을 살짝 바꿔 착취당하는 소녀의 성장과 해방을 그렸는데, 원작의 하트 여왕의 모티브가 그 빅토리아 여왕이라는 걸 생각하면 좀 미묘하다. 마치 붉은 여왕이 되는 것처럼 그려진 것도 그렇다. 왕이 여왕을 조종하는 듯 그린 것도 별로 당위성을 알 수 없어 그와 연결되는 여왕의 서사도 잘 와닿지 않는다. 유추해볼 수 있는 요소가 있기는 하나, 좀 더 선명하게 그리는 게 나았겠다.

‘꿈은 항상 배신을 하니’는 앨리스가 가진 정신적인 요소를 꽤 재미있게 풀이했다. 이전에도 정신병적으로 앨리스의 모험을 해설하려는 시도나 그런 설정의 작품이 여럿 있었기에 낮익기는 하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접근방법 중 하나라서 흥미로웠다. 쫌 열린 이야기스러운데, 그게 뒷 이야기를 상상해보게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봤다면, 꽤 흥미롭게 볼만한 소설들이다. 다만, 굳이 앤솔로지를 시리즈에 따라 2권으로 나누었는데 그게 무색하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제대로 나눠지지 않은 것은 구성면에서 아쉽게 느껴진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