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칫솔질과 칫솔 및 치약 선택법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치과의사가 얘기하는 올바른 칫솔질 교육은 꽤 인상적이고 또 좋았는데, 그중 하나가 잘못 퍼진 얘기들을 일축하고 무엇이 좋은 치약인지에 대해 정리한 것이다.

강좌에서 얘기한 치약의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 3가지는 다음과 같다:

이 3가지는 입안을 자극하거나 이를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치아를 강화하고 보호한다는 치약의 기본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CURAPROX Enzycal 950

큐라프록스 엔자이칼 950(CURAPROX Enzycal 950)은 이 3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게 만든 치약이다. 매일 사용하면서 충치를 예방하는데 적절한 불소농도 950ppm을 맞췄고, 치아마모도 RDA는 30으로 극히 낮다. 또 계면활성제가 없고 멘톨(Menthol) 같은 자극적인 재료도 사용하지 않아 입안을 자극하지도 않는다. 자극이 거의 없으므로 구내염이 잘 생기거나 구강건조증이 있는 사람이 사용하기에도 좋다. 보통 치약들이 보이는 화한 느낌으로 입안을 자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사용했을 때는 좀 어색할 수도 있다. 내가 치약을 제대로 쓰고 있는 건가 의아하기도 하다. 자극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뭐랄까, 부드러운 흰색 연고를 발라 닦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엔자이칼 950의 전체 성분은 다음과 같다:

제품 뒷면

계면활성제의 특징 중 하나가 미각 마비와 그로 인한 맛 변화다. 엔자이칼 950은 계면활성제가 없으므로 얼마나 다른가 보려고 한번 시험도 해봤다.

보통 양치 후에 신 음료를 마시면 입안에 퍼지는 기묘하고 불쾌한듯한 맛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게 없었다. 일부러 그런 느낌을 찾아보기도 하고, 음료 자체의 맛은 차이가 없나도 따져봤지만, 결론은 그런게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거다. 이런 건 처음이었기에 좀 묘했다.

칫솔에 묻힌 모습

물론, 치약의 효능이 얼마나 좋으냐고 묻는다면, 그건 대답하기 어렵다. 내가 치약 성분을 분석하거나, 치약을 사용하고 난 후 이의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사용 경험은 얘기해줄 수 있다.

기존 치약보다 양치 느낌이 안 좋느냐?
확실히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화하던 느낌이 없는 게, 두세 번 사용하고 난 후부터는 더 좋게 느껴진다. 깨끗하게 이가 닦이지 않아 찝찝하다거나 그런 느낌은 전혀 없다.

거품이 일지 않는 게 양치하기에 안 좋지 않느냐?
전혀 아니다.

거품이 일지 않는다고 해서 치약을 이에 묻히기 어렵지는 않다. 머리카락처럼 잔 가닥이 많아 넓은 접촉면적을 요구한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거품이 일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닦고 있는지 확실히 보며 닦을 수 있어 좋다.

저 마모도, 저 자극성으로 인한 차이가 있느냐?
그런 편이다.

마모도가 높은 치약의 경우 양치 후 이가 거칠어진 느낌을 받은 적도 있었는데 엔자이칼 950을 쓸 때는 그런 느낌이 없었다. (다만, 이건 당시 내 건강 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일 수 있다. 마모도가 높다고 해서 양치 후 바로 느껴질 정도로 치아 손상이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화한 느낌이 없는 것도 처음에야 양치했다는 느낌이 적어 좀 그럴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이전에 느끼던 자극이 얼마나 강했는지 새삼 알게 된다. 예를 들면, 전에는 양치 후 가글액을 쓰는 게 별로 자극적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양치 후 가글할 때 가글액이 좀 따끔하다고 느낄 정도랄까. 그래서 엔자이칼 950을 쓴 이후 가글액 사용이 좀 뜸해지기도 했다.

용량별 가격

단점은 역시 비교적 비싼 가격이다. 처음 봤을 때 ‘샘플일 것’이라고 착각했던 15ml ‘제품’도 보통의 150g가량 하는 치약보다 비싼 2,500원이기 때문이다. 5배 많은 75ml 제품은 10,000원으로 그나마 용량대비 가격이 좀 더 싸긴 하나, 그렇다고 기존 치약과의 가격 차이를 좁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회 칫솔질할 때 사용하는 약이 그리 많지 않고 (즉, 치약 하나의 사용 기간이 생각보다 길고) 치약의 중요한 요소를 모두 만족하며 사용감도 괜찮다는걸 생각하면 충분히 사용을 고려해볼 만도 하다. 영구치 이후론 다시는 나지 않아 평생을 사용해야만 하는 치아 관리를 위해 쓰는 것이라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