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니(猫腻)’의 ‘장야(将夜)’는 장르 경계가 좀 모호한 무협 판타지다.

1권 표지 2권 표지

모호하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무협이라는 기본 장르의 색을 크게 이탈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역사 소설 또는 시대 소설같다는 것이나, 가문에 걸쳐 이어지는 원한같은 요소, 주인공이 천재이거나 기연을 만나면서 크게 성장하는 식으로 흘러가는 주요 전개까지 대단히 무협 소설스러운 건 맞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작가가 쓴 무협 소설인데도 다른 장르색이 많이 섞여서 소위 정통 무협같은 것과는 결이 다른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런점에서 좀 모호하다고 한거다.

세계관부터가 꽤 그렇다. 서양의 전형적인 최고신에 대응된다고 할 수 있는 빛의 신이라는 존재는 물론이거니와, 다분히 마왕같은 위치에 있는 ‘명왕’도 그렇고, 꽤나 오멘을 떠오르게도 하는 ‘명왕의 자식’이라든가, 그로부터 비롯될 것이라는 묵시록적인 종말 상황 ‘장야’ 등 이름만 동양스럽게 붙였을 뿐이지 성격은 서양적인 종교/신화의 요소를 거의 그대로 가져온거다.

기를 사용한다고 하고는 하지만 수행자라는 존재도 무술인의 살짝 초월적인 버전같았던 무협인보다는 아예 다른 종에 가깝게 그려지는 선협물의 신선을 더 떠올리게 한다.

하나 하나 따져보면 꽤나 퓨전스러운 이야기라는 거다.

그러나, 그런 요소들을 가져왔다고해서 그런 장르물들이 대게 그러는 것처럼 마냥 가볍지는 않다. 문장도 그렇고 기본적으로는 전통 무협에 가깝게 쓴 편이다. 현실 역사의 일부를 차용하여 만들어낸 소설 속 세계 역시 여러 나라와 인물, 그리고 그들간의 관계를 통해 꽤나 시대물스런 분위기가 살아있게 잘 구성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퓨전적인 요소들을 너무 튀지않게 붙여 나름 신선한 맛이있는 무협물로 잘 섞었다고 할 수 있겠다. 생각해보면 경여년도 그랬던 것이, 이런 게 작가의 특장점인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설정과 구성같은 것 뿐 아니라,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의 매력이나 주인공의 활약상 같은 것도 괜찮아서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볼만하다. 이후 이야기는 어떻게 될지 꽤 기대된다.

인기에 힘입어 동명의 드라마(2018, 2020)로도 만들어졌는데, 드라마는 어떤 각색과 연출로 담아냈을지도 궁금하다.1 일단은 소설을 다 본 후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고 싶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아쉽게도, 평이 썩 좋진 않다. 시즌1은 그래도 괜찮았다면, 시즌2는 불호가 더 강해서, 시즌3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