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리브(Philip Reeve)’의 ‘블랙 라이트 특급열차(Black Light Express)’는 ‘레일 헤드(Railhead)‘에 이은 철도 네트워크 제국 시리즈 두번째 책이다.

표지

이번 책은 1권에 바로 이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의외로 이야기가 급박하게 흘러간다. 1권 마지막에 그래도 사건이 어느정도 마무리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마치 ‘속았지’ 하는 듯 했달까. 이게 조금은 전의 이야기를 너무 뒤집어 엎는 거 아닌가 하는 불편함을 주기도 했지만, 반대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새로운 곳에서의 모험도 꽤 좋았다. 과연 새로운 게이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지, 또 게이트와 관련된 외계 문명은 얼마나 대단한 것일지 궁금했는데, 그걸 너무 과하지 않은 정도로 제한하면서도 그럴듯한 개연성을 부여해 억지스럽지 않게 잘 풀어냈다.

물론 속시원히 모든 비밀을 풀어내지 않은 것이 조금은 답답하기도 한데, 워낙에 이게 중요하고 또 이야기 전체를 통틀어 가장 비밀스런 떡밥이기 때문에 다음권을 위해 일부러 남겨둔 듯하다.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일부 정도는 말하려면 충분히 말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걸 “일부러” 자제하는 듯한 모습도 보여 어색함이 묻어나기도 하다만, 그렇다고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어서 다음 권으로 넘겨도 괜찮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새로운 게이트 너머의 세계와 철도 네트워크 제국의 권력 변화로인해 벌어지는 사건, 그리고 가디언들의 이야기가 재미있고 또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그 중 하나는 1권에서 젠 스탈링의 생각과 행동에 불만을 남겼던 것이 여전히 이어진다는 거다. 그나마 다행히도 그게 1권 만큼은 아니긴 한데, 그것도 그의 비중이 그만큼 적어서 그런거란 걸 생각하면 뭐라하기 좀 미묘하다.

번역도 조금 아쉬웠다. 일부 문장이 앞뒤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게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읽을 때 조금 걸리게 만들기도 했다.

철도 네트워크 제국 시리즈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SF 소설이다. 이런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아이디어가 주는 신선함이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점은 ‘블랙 라이트 특급열차’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1권을 봤을 때처럼 세계 자체의 모습이 신기하고 흥미롭지는 않다. 대신 1권에서 구축했던 세계와 인물에 새로운 이야기와 나쁘지 않은 전개를 더해 시리즈를 이어가는 아우로서 형 못지 않은 매력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철도 창조자라는 가장 중요한 떡밥을 남겼다. 철도 네트워크 제국과 가디언과의 갈등은 사실상 거의 해결된 듯 보이는데, 그 상황에서 어떻게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여줄지, 또 철도 창조자에겐 어떤 비밀이 숨겨져있을지 벌써부터 마지막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