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이혼(最高の離婚)’은 ‘사카모토 유지(坂元 裕二)’ 각본의 일본드라마를 ‘모모세 시노부(百瀬 しのぶ)’가 소설로 다시 써낸 책이다.

표지

1권을 보고 난 후, 나는 2권이 어떻게 시작될지가 굉장히 궁금했었다. 4명이서 모여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으면서, 일견 이 사건이 클라이막스에 이르는 것처럼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2권을 펼치자 그건 온데간데 없고, 어찌보면 1권과 크게 달라진 것 없는 느낌의 이야기가 계속되어 조금 의아하기도 했다. 그렇게 변화가 없는건가 싶어서다.

한편으론 그게 현실인 것 같기도 하다. 사랑과 이혼이란게 그렇게 말 한번 틀었다고해서 휙휙 결정하고 결론날 수 있는 가벼운 건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 속 네사람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서로 뭔가를 터놓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게 서로에 대한 생각이나 감정을 크게 변화시킨 것도 아니고, 생활을 바꿀만한 것도 아니어서 2권에서도 1권의 연장같은 이야기가 계속된다. 그러면서 1권에서와는 조금 다른 전개를 보이며 네사람의 감정과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묘사가 전체적으로 담담하고, 그래서 인물들의 감정도 은근하게 다가오는데, 그러면서도 거기에 담긴 감정이나 그로인한 행동들이 꽤 공감이 가거나 몰입되는 것도 있어 나름 절절하게 와 닿기도 했다. 그걸 소위 ‘신파’라고 하는 ‘감정 과잉’으로 이끌어내지 않은 것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문화의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나 개인의 성향 때문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나 행동들도 일부 있었는데, 다행히 그런게 많지는 않다. ‘개인차’로 감안하고 넘어갈 정도여서 전체적인 감상에는 큰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

다만, ‘이게 대체 왜 여기서 나오나’ 싶은 것들이 꽤 눈에 띄는 것은 아쉽다. 예를 들면, 특정 지역 소개라던가, 뜬금없는 제품 설명, 아이돌 문화 같은 것 말이다. 그 중엔 전개상 꼭 필요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어서 그저 광고에 지나지 않는 것도 있는데, 그건 아마 이 책이 TV 드라마를 충실하게 노벨라이즈했기 때문에 그것들도 그대로 남아버린게 아닌가 싶다. TV 드라마야 스폰이 중요하다보니 어쩔 수 없다지만, 소설에까지 그걸 가져올 필요가 있었을까.

연출적으로도 TV 드라마를 충실하게 노벨라이즈 한 게 때론 독처럼 보인다. 불필요한 인물이나 장면 전환, 독백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앞서 얘기한 것과 더불어, 이것도 소설로 옮기면서 좀 정제했다면 더 좋았겠다.

번역면에서도 일부 오역으로 보이는 것이나 오타가 좀 눈에 띄었다. 내용을 이해하는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나, ‘이걸 실수해?’ 싶은 것도 있어 기억에 남는다.

내용 면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그 전까지의 전개와 감정 흐름에서 벗어나는 느낌이 있어,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냈다기 보다는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갔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그 전환 사이에 각자에게 일어나는 생각이나 감정의 변화를 조금만 더 묘사했더라면 그런 느낌이 덜했을텐데, 마무리가 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