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아이돌 해방작전’은 아이돌을 소재로 억압과 해방, 평화를 그린 SF 모험 소설이다.

표지

우주아이돌 배달작전‘의 후속작인 이 소설은, 많은 것이 이어지는 것과 달리 전작과는 꽤나 다른 분위기를 담고있다. 한마디로 무거워졌다는 거다.

어느 정도는 가벼운 팬픽같았던 전작과 달리 이번 시즌작은 처음부터 전쟁을 이야기의 주요 골자로 하고있기 때문이다. 이게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 크게 작용해서 때때로 언급해주지 않는다면 전작과 같은 시리즈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다.

그러면서도 여러가지 것들에서 전작과 궤가 같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애초에 ‘아이돌’을 주요 소재로 사용했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다양한 문화, 작품들을 변형해서 사용한 것도 그러해서 이것들을 알아보는 재미도 의외로 쏠쏠하다. 이것들은 누구든 진한 기시감을 느낄 정도로라서 원전을 아는 사람이라면 바로 눈치 채지 않을까 싶다.

대중문화에 대한 팬픽이라 해도 좋을만큼 많은 오마주를 넣으면서도 그 때문에 기시감 떡칠로 기워만든 잡탕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게 본인의 작품색으로 잘 소화한 것은 전작에서부터 이어지는 이 시리즈의 장점이다.

이건 그만큼 소설이 다른데서 가져온 것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만의 이야기와 개성 역시 잘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소설에서 사용한 오마주가 설사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고 해도 내용을 따라가는데 별 무리가 없고 이야기 역시 그 자체로 잘 짜여진 구성을 갖고있다는 말이다.

그래도 묵직한 전쟁물로 흘러가면서도 때때로 미소짓게 만드는 재미를 주는 것은 대부분인 그러한 것들에서 오기 때문에 몰라보는 게 많으면 많을수록 재미가 떨어지리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다. 개중에는 단지 재미 뿐 아니라 이해를 더 깊게 만들어주는 것도 있어서 역시 모르면 좀 손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마무리가 좀 약하다는 거다. 전작도 좀 그런 경향이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묵직해서 그런지 이번작이 좀 더 아쉬운 느낌이 강하다. 후반엔 SF의 덕목인 ‘그럴듯 함’도 떨어져서 좀 판타지같아지기도 한다. 이게 작품 완성도에 흠을 낸다. 고유명사를 많이 사용한 만큼 오타에 더 신경써야하는데, 그런 점이 미흡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전체적인 만족도는 높은데, 패러디나 오마주도 잘 사용했고, 이야기의 구성도 나쁘지 않으며, 거기에 담긴 주제도 좋기 때문이다.

주제는 전쟁과 평화 운동을 주요 골자로 한 만큼 좀 노골적이긴 하다만, 그렇다고 불편하게 밀어부치지는 않아서 거부감은 없었다. 이건 작품 전체에 짙게 깔려있는 여성문제도 마찬가지다. 그 외에도 차별이나 학대, 종교와 우상 같은 것들도 적절히 다뤄서 한번쯤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이 정도면 꽤 훌륭한 후속작이 아닌가 싶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