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전달자’는 사라지는 숲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이 소설은 사실 신작은 아니다. ‘숲은 그렇게 대답했다‘란 이름을 발간했던 것을 수정해서 다시 발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개정판으로 보기도 좀 그렇다. 주요 이야기나 전체적인 흐름은 같지만, ‘시간 전달자’라는 개념을 추가하면서 꽤 많은 부분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판타지 부분이 그렇다.

전의 책이 조금은 ‘신비로운 이야기’처럼 불가사의한 상황에 휩쓸리는 것처럼 그려졌다면, 이번 책에서는 ‘시간 전달자’라는 힘이나 의지를 가진 존재가 등장함으로써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에 좀 더 인과성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책을 끝까지 다 본 후에야나 제대로 인지할 수 있으며, 그 전까지는 전의 책처럼 알 수 없는 일들이 랜덤하게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시간 전달은 패러독스를 일으키는 타임머신이나 타임슬립과는 꽤 다르다. 심지어 ‘과거를 보는 능력’ 같은 것과도 다른게, 들어간 시간 속에서 마치 직접 겪는 것처럼 주변인들과 대화하고 행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게 그 시간에 있었던 일이나 감정을 더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해주는데, 그걸 생각하면 굳이 ‘시간 전달’이라고 칭한것이 참 적절했다 싶기도 하다.

아쉬운 것은 현실과 시간 속이 좀 모호하게 그려져 있다는 거다. 주인공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 녹아있다보니 장면 전환이 되었다는 게 잘 들어오지가 않아서다. 시간 전달의 특징들을 생각하면 일부러 그런 것 같기도 하다만, 소설에선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만화에서처럼 시각적인 연출을 더할 수가 없다보니 아무래도 설정적 특징이라기보다는 묘사가 부족해서 튄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시간 전달자라는 직책을 만듦으로써 시간 전달이란 개념을 더 굳힌 것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으나, 덕분에 전의 책이 갖고있던 환상적인 느낌이 많이 가신 것도 아쉽다.

그래서 수정 보완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완성도가 좋아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대신, 저자가 이 소설을 통해 전달하고자했던 주제는 훨씬 뚜렷해졌다. 전의 책이 조금은 모호한 엔딩을 보여줬다면, 이번 책은 그런 와중에도 무엇이 중요하고 어떻게 해야하는가 정도는 훨씬 와닿게 마무리했다.

애초에 이 소설을 쓴 이유를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이번 수정은 나름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