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 이스턴(BB Easton)’의 ‘스피드(Speed: A 44 Chapters Novel Book 2)’는 ‘4남자에 관한 44장의 일기(44 Chapters about 4 Men)‘의 스핀오프 소설 두번째 권이다.

표지

2권은 다소 충격적인 내용으로 시작한다. 아니, 아무리 1권에서 나이트에 대한 서사가 부족한 것이 아쉽다고 생각하긴 했다만, 그렇다고 그걸 이런 식으로 채우기 바랬던 건 아니었는데. (웃음)

그렇다보니 정작 이번 권의 메인이어야 할 할리와의 로맨스에 잘 집중이 안되기도 했다. 그만큼 나이트의 존재감이 엄청났었던데다가, 심지어 계속해서 그렇기 때문이다.

사실 네명의 남자들 중에서 누가 가장 소설화하기 난처하지를 꼽는다면 그건 단연코 할리가 될 거였다. 왜냐하면 원작의 할리는 각종 안좋은 점을 고루갖춘 쓰레기 중의 쓰레기였기 때문이다. 제정신일때가 드문 약물중독자에다가, 경제활동도 제대로 안해,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의존성향까지 심한데다, 자신이 원하는 게 있다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따윈 눈에 씻고 찾아봐도 없을만큼 무대포적이기까지 해서 잘못해서 엮이기라도 하면 상당히 골치아픈 상황에 처하기 쉽다.

작가도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리메이크에 가까웠던 나이트와는 달리 할리는 아예 바닥부터 다른 캐릭터를 가져왔다. 좀 더 사실에 가까운 녀석이 아니라 판타지에 가까운 녀석으로 말이다. 그러면서 자동차광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는데, 이게 당연히 약물을 은유적으로 나타낸 것이겠거니 했던 제목의 의미마저 가져가 마치 제대로 멀쩡한 인간인 것처럼 나온다. 좀 변태적인 것만 빼면 말이다.

그래서 언뜻 무난한 로맨스가 펼쳐질 것처럼 보인다.

주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있으니 주의 바란다.

하지만, 그럴리가 없지. 이번에도 여지없이 할리를 악당으로 변화시킨다.

문제는 이런 캐릭터변화가 전권에서와 마찬가지로 너무 극단적이라는 것이다. 비록 불법 무기류를 다룰 지언정 마약과는 무관해 보이던 인물이 갑자기 왜 마약에 쩔어 살게 되는지도 그렇고, 로맨스 소설속에나 나올 것 같은 스윗가이가 불한당이 되는 것도 그 사이를 매워줄 서사없이 극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그냥 캐릭터가 바뀐듯 보일 정도다.

이런 뒤섞인듯한 느낌은 이야기 전체에 퍼져있다. 비비가 계속해서 나이트를 쓰레기에 미친놈이라고 욕하는 것만 해도 그렇다. 물론 후반에 급 쓰레기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자기가 좋아 죽을라고 그래놓고 이 급작스런 태도 변화는 대체 뭔가.

심지어 그게 일관되게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혼자 있을때나 할리와 있을 때는 마치 쓰레기 버전 나이트가 있었던 것처럼 굴다가, 막상 나이트를 만나고나면 로맨스 버전 나이트가 맞다는 듯이 오락가락한다.

애초에 원작에서도 조금 다른 두 버전의 나이트가 있었고 스핀오프 소설을 내면서 한가지 버전이 더 생겨서 그런가 어째 작가도 헷갈려 하는 것 같다. 혹시 이걸 일종의 계속되는 반전처럼 생각하며 일부러 그래논 거라면 제대로 실패한거지. 그런 식으로는 안느껴지거든.

주인공 비비도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만 보인다. 마치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굴더니 카센터 미남을 보고는 ‘어맛! 내 스타일!’하며 즉시 사랑에 빠져버린다는 것도 그렇고, 남자가 무슨 짓을 하든 다 퍼주는 쉬운 여자처럼 구는 것도, 매일 남자와 그런 짓만 생각하고 술과 약을 하며 돌아다니기만 하는데 무려 학점 4.0의 우등생이라니 뭔 어느 하나 납득이 가는 것이 없다. 그런 설정을 내세우려면 적어도 공부에 신경쓰는 모습이라도 좀 보여줬어야지.

각각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면 독자도 납득한큼 충분히 묘사가 되었어야 한다만, 그건 저자의 경험 속에만 있을 뿐 소설 속엔 없다. 기껏 내뱉는 거래봐야 PTSD라는 한마디 뿐이라니. 단지 그것만으로 이런 저런 것들이 한번에 해결되길 바란다는 건, 좀 무리가 아닐까.

주요 캐릭터 두명이 이렇게 이상하다보니 자연히 로맨스도 전혀 몰입이 안된다. 포르노를 연상케 할만큼 수위가 올라간 애정신도 그저 야하기만 할 뿐 그 안에서 감정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나마 좀 제대로 된, 그래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는 오직 나이트 하나였다. 1권에서 급작스럽게 망가지고나서도 그는 꿋꿋이 캐릭터의 기본을 지켰고, 그래서 때로는 뜨악할지언정 애틋함을 느끼게도 만든다. 오죽하면 2권에서도 여전히 주인공은 나이트 같을까.

할리의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에서 남는 게 나이트 뿐이라는 것은 이야기 구성에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이러면 굳이 각 권에서 개별 캐릭터를 내세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냥 연속된 스핀오프 소설 1, 2, 3, 4권으로 단순 넘버링 하는 게 낫지.

이상한 문장과 오타가 많은 것도 여전해서, 편집 역시 아쉽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