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리브(Philip Reeve)’의 ‘스테이션 제로(Station Zero)’는 ‘레일 헤드(Railhead)‘와 ‘블랙 라이트 특급열차(Black Light Express)‘에 이른 철도 네트워크 제국 시리즈의 세번째 완결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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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래 기다렸다. 한국어판 1, 2권이 나왔을 때 이미 시리즈는 완결된 상태였으니 번역하고 편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얼마 안있어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늦었다. 그래서 더 반갑기도 했고, 드디어 볼 수 있어 기쁘기도 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역시 이번엔 무슨 이야기를 꺼낼 것인가 하는 거였다. 거의 하나의 이야기처럼 긴밀하게 이어져있던 1, 2권과는 달리 3권은 어느정도 주요 사건들이 마무리 된 후에 벌어진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연속성이 있으면서 또한 흥미를 끌만한 이야기를 보여줄지 궁금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적절하면서도 적당한 이야기였다.

노바로부터 왔다고 생각되는 메시지로부터 시작되는 모험은 여전히 흥미롭다. 다양한 외계인과 인공지능이 있고, 기차를 이용해 우주를 오가는 세계도 매력적이며 그로부터 도달하게되는 진실은 조금 의외일 수도 있으나 재미있는 상상력을 보여준다.

황제라고는 하지만 마치 꼭두각시처럼 휘둘리던 트레노디의 성장도 잘 그렸다. 그의 변화는 당연한 수순처럼 보이는 한편으로 놀랍기도 한데, 그것은 단지 그 과정에서 의외의 일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라 초반에 그가 보여주던 모습과 후반의 모습의 격차가 꽤 크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떤면에서는 진정한 황제로서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젠의 모험물로서의 모습은 더욱 흐려졌다는 거다. 안그래도 마치 주인공인 것처럼 시작한 것과 달리 휘둘리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왔었는데, 3권에 이르러서는 거의 주변인의 하나로까지 격하된 것처럼 보일 정도다.

3권이 더 이상 모험 소설은 아니게 되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모험은 사실상 2권으로 끝이났고, 3권은 남은 것들을 해소하기위한 일종의 A/S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그리고 그것 자체는 꽤 잘 했다. 레일창조자를 중심으로 한 떡밥도 훌륭히 수거했으며, 아직 혼란과 아쉬움이 남아있던 제국의 정세와 SF 세계관 역시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럼으로써 철도 네트워크 제국 시리즈의 완결을 분명히 한다. 모험물로서는 다소 아쉬웠을지언정, 시리즈물로서는 좋은 마무리었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